매년 7월 법무부에서는 직전 해의 출입국 외국인정책 통계연보를 발표하는데요. 이를 통해 출입국자와 체류외국인, 결혼이민자, 국적 업무, 외국국적동포, 불법체류, 출입국사범, 난민, 사회통합의 현황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2020년 통계연보 중, 난민 파트를 톺아보려고 합니다!🤗

통계를 읽어내기 위해서는 먼저 난민신청절차 전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데요. 한국으로 온 난민들은 법적으로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공항이나 국내에서 난민인정신청을 하게 됩니다. 이 때 1차심사는 출입국사무소의 면접과 사실조사를 통해 이루어지고, 난민 인정을 받지 못했을 때 30일 내에 이의 신청을 하면 난민위원회의 심사를 받게 됩니다. 다시 한 번 그 결과에 불복할 경우 행정소송을 할 수 있습니다. 난민인정신청의 결과는 크게 1) 인정과 2) 불인정, 3) 인도적 체류 허가로 나뉩니다. (절차에 대한 더 구체적인 사항은 국가인권위원회 블로그를 참고해주세요!) 그렇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2020년 난민 통계를 들여다볼게요.

난민보호율이란 전체 심사완료 건수 중 난민인정+인도적체류허가 건수의 비율을 의미하는데요. 한국이 처음 난민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1994년부터 2020년까지의 난민보호율은 9.9%입니다. 2020년 난민 보호율은 3.3%네요. 한편 난민인정률은 말 그대로 심사완료 건수 중 난민인정 건수의 비율을 나타내요. 통계연보에는 실려 있지 않지만 이를 계산해보면 1994~2020년 누적 3.2%, 2020년 1%에 그쳤습니다😶. 더불어, 1차 심사에서 난민 불인정 결정을 받아 이의 신청을 제기한 비율이 89%에 달했는데요. 전체 신청자가 1000명이라고 할 때 단 6~7명만이 1차 심사에서 난민인정을 받은 것이죠. 2020년에는 이례적으로 난민신청자 수가 대폭 줄고 심사완료 건수가 늘어났지만, 난민인정률은 여전히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이번 통계연보에서 난민 보호율 계산식의 분모값🔢을 명확히 한 것과 행정소송의 결과까지 반영한 점은 개선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난민인정률을 따로 기재하지 않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통계연보 난민인정심사 현황표(96p)와 이의신청 현황표(97p) 중 맨 오른쪽 열의 ‘대기’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2019년 통계부터 표에 포함된 이 부분은 난민인정신청, 이의신청 후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의 수를 나타냅니다. 심사 대기 수를 집계하고 발표하는 것은 심사 적체를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난민법 제18조 4항에 따르면 난민신청서를 접수한 날로부터 6개월 안에 결정이 나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의 평균 1차 심사 대기 기간은 12.3개월, 이의신청 심사 대기 기간은 11.3개월에 달했다고 해요. 누적 대기 건수에 더해 평균 대기 기간이 더해지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대기’ 바로 왼쪽에 기재된 ‘철회’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통계연보에서는 철회의 뜻을 설명하지 않고 있지만 법무부의 ‘난민신청자 가이드북’을 통해 추론해 보면, 크게 두 경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난민이 난민신청을 스스로 철회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난민심사가 자동으로 종결되는 것이지요.  자동 종결 예시로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난민 심사를 위한 면접에 3회 이상 연속적으로 불출석하였을 때, 또는 출국 후 체류기간 내에 재입국하지 않았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통신이 끊겨 출석 통보를 받지 못한 경우, 코로나 발생으로 하늘길이 끊겨 재입국을 못한 경우처럼 난민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직권으로 철회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어요. 작년 급격히 늘어난 철회 건수에 눈길이 더 가는 이유입니다.

또 한가지 눈 여겨볼 점은, 난민인정 사유(101p)에 포함되어 있는 ‘가족결합’이라는 항목인데요. 가족결합은 난민법상 난민인정사유에는 들어가 있지 않지만, 난민보호의 본질에 해당하는 조건인 동시에 사회통합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2020년 기준 누적 난민인정자 중 가족결합을 사유로 인정받은 경우가 43.5%로 가장 높았고, 정치적 의견, 인종이 뒤를 이었습니다. 가족결합을 위한 별도의 지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족결합의 비중이 높은 것은 상대적으로 다른 난민인정 건수가 매우 적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가족결합 사유로 대기 중이던 건들을 집중적으로 심사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국제면에서 다룬 캐나다는 2021년 누적된 가족결합 신청을 집중적으로 신속⏩ 심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개별적인 난민 지위 심사 이외에도 유엔난민기구와 국제이주기구의 재정착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 살게 되는 난민이 있는데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시범사업으로 연간 30명 안팎의 난민이 한국에 재정착했습니다. 2020년 정식 사업화 될 예정이었는데,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작년에 코로나로 인해 실행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금까지 난민에 대한 2020년 통계연보에서 주목할 만한 지점들을 몇 가지 살펴보았는데요, 사실 공항🛫에서 난민지위 심사 불회부 결정을 받아 아예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수많은 ‘가려진 난민들’이 존재합니다. 성별, 연령별 난민인정자/인도적체류자 추이 등 이 글에서는 미처 논의하지 못한 내용들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통계연보를 확인해보세요:) 과연 내년 통계에서는 어떤 내용이 어떻게 다루어질지, 우리나라의 난민 현황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