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난민기구는 매년 세계 난민의 날 6월 20일을 전후로 전세계 난민 동향과 주요 통계를 담은 보고서를 발행해요. 올해 발행된 2023년 글로벌 동향 보고서는 새롭게 제시된 방법론과 2023년을 기준으로 한 최신 통계가 담겨있어 꼼꼼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데요.

이번호와 다음호의 디스플레이스드에 주요 내용을 알기 쉽게 풀어드릴 테니 주목해주세요 🙂

최근 동향 : 치명적인 분쟁과 강제이주민 증가

2023년 말을 기준으로, 강제이주민(forcibly displaced people)의 수는 1억 1,730만 명으로 추정돼요. 이는 2022년 대비 약 880만 명이 증가한 숫자로, 지난 12년 동안 계속 증가하는 추세에 있어요. 주목할 점은 최근 분쟁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고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강제이주민도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에요. 지난 25년 동안 매년 약 1,400만 명의 사람들이 피난을 떠났는데, 2021년부터 2023년까지의 평균이 무려 2,700만 명을 넘어섰어요. 지난 25년 평균의 두 배에 달하는 이 숫자는 최근의 분쟁이 점점 더 치명적임을 보여줘요.

2023년 주요 상황

그렇다면 이러한 이주를 야기하는 주요 상황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요? 수단과 미얀마, 소말리아의 상황이 특히 주목할 만해요. 먼저 2023년 4월, 🇸🇩수단의 수단군(Sudanese Armed Forces)과 신속지원군 (Rapid Support Forces) 사이의 충돌은 큰 위기를 초래했어요. 폭력은 수도 하르툼에서 시작되어 전국으로 확산되었고, 이에 신규 난민 수는 710만 명 이상으로 증가했어요. 갈등이 시작된 지 1년이 넘은 지금도 매일 수천 명 이상의 사람들이 피난을 떠나고 있을 정도로 위태로운 상황이예요.

🇲🇲 미얀마에서는 2021년부터 장기화된 군사독재와 로힝야 난민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어요. 군사독재 이후 폭력이 격화되어 2023년까지 미얀마 내에서는 무려 130만 명 이상이 피난을 떠났어요. 이 중 약 100만 명은 로힝야 난민인데요. 로힝야 난민들은 주로 방글라데시의 콕스 바자르 난민 캠프에 거주하고 있는데, 인도적 지원에 크게 의존하는 캠프의 특성과 악화되는 치안이 문제가 되었어요. 이로 인해 로힝야 난민들은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로 가기 위해 위험한 바다를 건너는 목숨을 건 여정을 하게 되는데요.  2023년, 이 여정에서 로힝야 난민 8명 중 한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것으로 추정돼요.

마지막으로 🇸🇴 소말리아는 분쟁과 빈곤 등으로 취약해진 상황에 기후 관련 위험이 더해진 사례를 보여줬어요. 2023년 4월, 소말리아에 갑작스럽게 홍수가 발생하면서, 분쟁으로 이동한 67만 3천 명의 이주민에 더해 자연재해로 인한 2백만 명의 새로운 국내 실향민들이 생긴 것으로 나타났어요. 소말리아뿐 아니라 강제이주민(forcibly displaced people)의 3/4 정도가 기후와 관련 위험에 심각하게 노출된 국가에 살고 있다고 하는데요. 점점 더 빈번해지고 강력해지는 기후 관련 위험들이 이들의 삶을 더 크게 해치지 않도록 대비하는 통합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해 보입니다. 

💭경로 기반 접근법

유엔난민기구는 이번 보고서에서 🗺️경로 기반 접근법 (Route-based approach)을 주요한 방법론으로 제시하고 있어요. 바로 난민과 이주자들이 이동하는 경로와, 그에 따른 위험 요소를 파악하는 접근 방식인데요. 이는 사람들이 동일한 경로를 따라 이동할 때에, 그 여정 중에 유사한 취약성과 위험에 동일하게 직면하게 된다는 점에 주목해요. 이 접근방식은 특정 경로에서 난민과 이주자들이 필요로 하는 즉각적인 도움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장점이 있어요. 이를 통해 지역 당국과 협력하여 필요한 곳에 보호 서비스를 제공하고, 경로 상의 위험과 절차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경로 기반 접근법을 통해 살펴보면 사하라 사막과 지중해 지역을 지나는 경로에서의 위험이 특히 높게 나타났어요. 2021년부터 2023년 사이에 사하라 사막에서는 950명 이상이 사망하였고, 지중해에서는 7,600명 정도가 죽거나 실종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하지만 실제 수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돼요. 또 2019년부터 2023년 3월까지 조사된 자료에 의하면, 중앙 지중해 경로에서 마주할 수 있는 가장 큰 위험은 ⚠️ 신체적 폭력인 것으로 나타났어요. 그 뒤는 강도 (Robbery), 구금 (Detention), 뇌물 강요 및 갈취행위 (Bribery/extortion) 등이 뒤따랐어요.

경로 기반 접근법은 정확하고 신속한 데이터 수집과 분석에 그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이는 데이터 수집에 우리가 계속해서 투자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줘요. 유엔난민기구는 핵심이 되는 인구 이동 (이동 수단, 인구 구성 – 나이, 성별, 출신 국가 등) 데이터를 정확하게 관리하려고 노력하지만, 난민들이 2차 이동(secondary journey)을 떠나면서 유엔난민기구 시스템에 다시 등록하지 않는 경우에 따라 격차가 생길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현재 경로에 따른 여러 이동들이 동일한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어요. 비극적으로 보도되는 해상 이동이 치명적인 육로 이동보다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는 현실이거든요. 경로에 따른 인구 이동 데이터에 기반해 정량 및 정성적 데이터를 조합하고 분석하는 이 접근방식으로 난민들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위험을 감소시키고,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는 듯하네요.

다음 호 예고

험난한 여정을 거쳐 이동한 난민들은 이제 어디에서 정착하게 될까요? 현재로서는 난민을 수용하는 부담을 모든 국가가 동일하게 감당하고 있지 않아요. 나라마다 난민 지위를 부여하는 과정도 다 다르답니다. 다음 호에서는 불균형한 난민 부담의 상황과 난민 지위 부여 과정에 대해 더 자세히 살펴볼게요. 그리고 이 보고서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해결책에 대해서도 논의해 보며 2023년 난민 동향 톺아보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바캉스의 계절이면서 여행가기 좋은 ☀️여름입니다. 여러분들은 ✈️‘공항’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화려하고 다양한 브랜드들이 입점해있는 🛍️ 면세점 거리? 비행기를 타는 설레임?🥰 비행기를 타고 나면 완전히 다른 풍경이 나를 맞이할 것이라는 기대감!🤩 저는 그 중에서도 해외여행의 설레임이 가득한 사람들의 들뜬 얼굴이 가장 눈에 띄는 것 같습니다. 동시에 공항은 집으로 돌아가야한다는 아쉬움이 잔뜩 묻어나오는 공간이기도 하죠. 한국어로 된 큼지막한 안내문구들과 한국말이 통하는 직원들로 인해 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는 공간이기도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공항은 일상과 대비되는 교외의 이벤트 장소이면서 글로벌 네트워크의 결절점1)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공간이기도 하죠!

그렇다면 🚧‘국경’을 생각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높은 철망과 총을 든 군인들의 삼엄한 경비? 난민이라는 이방인의 입장에서 경험하는 ‘공항’은 어떤 공간일까요? 기본적으로 분단상황과 바다로 인해 사면이 막혀있는 한국에서의 공항은 외국으로 나가기 위한 거의 유일한 출입통로인데요, 요즘엔 온라인 체크인 부터 자동출입국심사가 발달해 수속이 빨라져 공항이 ‘국경’이라고 인식조차 잘 되지 않는 것 같아요.

때때로 공항은 누군가 통과(Pass)되지 못하고 차단되어 통과 과정에 기약 없이 방치되고 있다는 점에서 🚫소외와 배제가 발생하는 공간이기도 하죠. 박해를 피해 도망쳐 온 뒤 본국으로 강제송환 될 수 있다는 불안감과 공포가 서려있는 공간이기도 하고요. 지난 달에는 공항 환승구역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무려 14개월(423일) 동안 노숙생활을 지속해야만 했던 아프리카 출신 난민신청자의 이야기가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한 연구2)에서 밝혀진 증언에 의하면 각기 국적이 다른(말이 통하지 않는) 약 20명 정도가 사용하는 대기실에는 침대 7개, 화장실과 샤워실은 각각 1개밖에 존재하지 않다고 합니다. 더하여 출입국항 직원으로부터의 대기실 사용에 대한 안내가 부재했으며 끼니 또한 인도적을 지원되는 빵이나 라면 등으로 해결해야만 했다고 합니다. 그 이전에, 소수 언어 통역인의 부재로 인한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전달하기 어려움 이 과정에서 ‘사건들의 정황을 일관성 있게 진술하지 못함’ 혹은 진술이 일관되지 않아 신빙성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불인정 결정을 받고 본국으로 강제송환될 위기에 처하기도 합니다.

📃세계인권선언 제 14조에 의하면 모든 사람은 박해를 피하여 다른 나라에서 비호를 구하거나 비호를 받을 권리를 가지죠. 그러나 위와 같은 증언들이 등장하고 있고 여전히 보안구역인 🛂출국대기실 등에서의 ‘공항 난민’의 생활실태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제대로 정보가 공개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하는데요.

본국으로 강제송환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말이 통하지 않는 낯선 사람들, 함부로 나갈 수 조차 없는 열악한 생활 환경에 위치한 공항 난민의 존재는 여행에 대해 들뜬 우리의 마음과 어느 공간에 있는 사람들은 보여주지 않고 감추려는 기획된 공항의 장소성에 의해 쉽게 우리들의 마음에서 지워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최근 폐막한 🇫🇷파리 올림픽, 다들 재미있게 보셨나요?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모여 경쟁하는 올림픽에 국기 대신 올림픽 깃발을 들고 개막식에 입장한 선수들이 있어요. 바로 ‘난민 팀’인데요. 올림픽 난민 팀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부터 참가해 왔어요. 이번 2024 파리 올림픽에는 아프가니스탄, 카메룬, 쿠바 등 11개 나라에서 온 36명의 선수가 12개 종목에 출전했으며, 신디 은감바(Cindy Ngamba) 선수가 복싱 종목에서 동메달을 시상했어요 !! 🥉🥳

난민과 스포츠는 종종 연결되어 우리에게 알려지는데요. 올림픽 난민 관련 국제 뉴스 보도를 분석한 연구를 통해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Disrupting the global refugee crisis or celebrity humanitarianism? Media frames of the refugee Olympic team at 2016 Rio and 2020 Tokyo summer games’ 이 논문에서는 2016년 리우 올림픽과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국제 뉴스 미디어가 난민 위기와 난민 올림픽팀을 어떻게 연결하여 바라보았는지 분석했어요. 2016년부터 올림픽 위원회(IOC)는 전 세계 난민 위기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난민 올림픽 팀을 창설했습니다. 회복력과 탁월함이라는 인간의 잠재력을 보여줌으로써 전 세계 1억 명 이상의 난민들에게 희망의 메세지를 전할 수 있을 것1)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말이죠. 하지만 종종 난민이라는 공통점 이전에 자신만의 이야기와 재능, 희망과 꿈을 갖고 있다는 점은 잊혀지며 난민 선수들은 단순한 상징이나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로 소비2)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IOC가 인도주의적 노력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올림픽 참가를 난민 위기의 구세주로 비유하고, 난민에게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으로 묘사해 왔습니다. 📰국제 뉴스 또한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의 이야기보다 난민 위기의 심각성과 긴급성을 강조하는 프레임으로 올림픽 난민팀을 보도했습니다.

특히 시리아의 유스라 마르디니(Yusra Mardini) 선수가 많이 보도된 이유는 목숨을 걸고 지중해를 건너야만 했던 이야기가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에요. 이처럼 선수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아닌, 역경에 처한 난민이라는 프레임에 초점을 맞추었을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됨을 알 수 있어요.

앞으로 난민 올림픽 팀에 대한 전 세계인의 인식이 개선되고, 더 나아가 난민이라는 프레임이 아닌 그저 한 운동선수로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올림픽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

“달리기와 마찬가지로, 자유는 상태다.” 지난 7월 18일부터 2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 연극 블라인드 러너(Blind Runner)를 관통하는 메시지입니다. 🎦세종문화회관은 컨템퍼러리 시즌 ‘싱크 넥스트 24’ 출범 3년 차를 맞아 첫 외국 초청작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이란 출신 극작가이자 연출가로 평가받는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의 “블라인드 러너”를 택했는데요. 과연 어떤 작품일지, 이번 디스플레이스드에서 소개해 보겠습니다!

연극은 반정부 시위인 “마흐사 아미니 시위”로 감옥에 갇힌 아내와, 면회하러 온 남편의 대화로 작품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아내는 남편에게 시각장애인 여성과 함께 프랑스의 달리기 대회 출전을 권유합니다. 이 달리기대회는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해저터널(Channel Tunnel) 38km를 달리는 경기로,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5시간 35분”입니다. 조금이라도 지체하게 된다면 그들은 160km의 속도로 달리는 기차에 치여 참혹한 결말을 맞게 됩니다.

줄거리를 보면, 왜 제목이 “블라인드 러너”일까? 궁금해져요. 디스플레이스드 집필진에게 “블라인드(Blind : 맹인이 된, 시야가 차단된) ”라는 단어가 그들 앞에 닥친 어려움을 뜻한다고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여성의 삶과 자유”를 외친 이란의 히잡 시위는 이란 전역을 뒤흔들 만큼 파급력이 컸고, 해저터널 Channel Tunnel 은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가는 길목으로 프랑스 칼레 주변의 난민촌에 사는 난민들이 영국으로 밀입국하기 위한 경로가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블라인드”라는 어려움에도 그들은 “러너”입니다.🏃🏼‍♀️ 이란 정부가 히잡 시위를 막기 위해 경찰과 군대를 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삶과 자유를 위한 외침을 멈추지 않았으며,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난민들은 새로운 삶을 위해 작은 가능성에 의지해서 길고 위험한 터널을 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