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통제 중인 그리스 경찰 (출처: The Guardian)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강진 발생 시점으로부터 두 달 가까이 흐른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2023년 3월 13일 기준 튀르키예의 사망자 수는 48,448명, 부상자는 115,000명이고, 시리아의 사망자 수는 7,259명, 부상자는 12,000명 이상으로 추산됩니다. 

다시금 살 곳을 잃게된 튀르키예 내 시리아 난민은 주거시설의 부족, 만연한 혐오로 인해 더욱더 큰 고통을 받고 있어요😥 <이주 및 지진 - 실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시리아인들이 혐오 발언, 학대, 신체적 폭력 등 다층적 차별(multi-layered discrimination) 상황에 놓여 있어요. 뉴욕타임스, 파이낸셜타임스와 같은 각종 매체🗞️에서 튀르키예 내 시리아 난민 혐오 정서가 연일 보도되고 있어요. '튀르키예인 우선'이라는 이유로 시리아인이 임시 주거 천막 제공을 거절당한 사례, 시리아인의 소유상점과 집이 공격받은 사례, 심지어는 혐오범죄로 인해 시리아인이 살해당한 사례까지 나타납니다.

유럽의 길목에 위치해 있어 튀르키예와 난민 유입을 둘러싸고 심한 갈등을 빚은 그리스는 최근 국경 수비대를 증원하고 장벽을 강화하며 국경을 엄격히 통제하기 시작했습니다. 지진 발생 직후에는 긴급 지원 등의 인도주의적 태도를 보인 그리스가 실은 난민의 대규모 유입을 차단하려는 저의를 품고 있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지요. 이러한 반인도적 상황 속에서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는 수많은 시리아 난민은 살길을 찾으려 다시 시리아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 수는 무려 16,000명이 넘습니다.

국제앰네스티 유럽 국장 닐스 무이즈니엑이 말하였듯🎤 재앙적 지진이 초래한 인도적 위기는 기존의 취약성을 심화하기 때문에, 위기 대응에 있어 인권과 존엄의 보호를 핵심에 두는 게 필수적입니다. 국제엠네스티에서 발표한 📜 <시리아/튀르키예: 2월 지진 이후 인권 대응> 보고서도 위기 대응에 있어 ① 모든 사람의 인권 증진과 보호를 위한 공동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 ② 젠더, 연령, 장애, 국적, 민족, 종교, 이주 상황 및 정치적 견해를 포함한 어떠한 종류의 차별 없이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하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요. 두 지점을 고려하여 튀르키예 내 시리아 난민의 보호를 위한 적절하고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겠습니다. 

이달 6일, 동성애적 성향 때문에 박해받을 우려가 있어 난민 지위를 신청한 말레이시아인 A씨가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난민불인정결정 취소’ 소송에서 A씨의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A씨가 2018년 10월 사증면제(B-1) 체류자격으로 입국했는데요. 동성 연인과 교제하는 모습을 가족이 목격하며👪 집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A씨는 말레이시아로 돌아갈 경우 박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품게 되어 같은 해 12월 난민인정 신청을 합니다. 체재 중 난민이 된 것이지요. 한편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A씨의 공포에 충분한 근거가 없다며 그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A씨가 난민불인정결정 취소 소송을 제기하게 된 거에요. 그런데 대구지방법원마저 A씨의 사례에서  동성애적 지향이 난민법 제2조 제1호📄가 규정하는 난민 인정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합니다. 

성적 지향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한정된 난민 인정 사유 중 하나로 포섭되기 어려울까요❓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작년말 서울고등법원은 트렌스젠더 난민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하였지요. 과거 대법원 역시 동성애자가 난민의 요건 중 ‘특정 사회집단 구성원인 신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어요. 대법원은 성적 지향에 따른 박해 우려를 이유로 난민 지위를 신청한 이집트 출신 남성의 사례에서 동성애자가 특정 사회집단 구성원에 해당할 수 있다고 긍정🙆했습니다. 

한편 당시 대법원의 판결 역시 비판의 여지가 있습니다. 성적 지향을 숨기는 건 박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과거의 구체적인 박해 경험을 요건으로 제시하였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성적 지향을 숨겨서 과거 박해 받지 않은 것일 수 있고, 과거 박해를 받은 경험이 없더라도 출신국으로 돌아가면 성적 지향을 이유로 박해 받을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겠지요. 이러한 복잡다단한 사정을 고려하여 난민 지위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은폐하거나 억제함으로써 박해를 피할 수 있으리라 전제하는 건 난민협약이 보장하는 보호를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겠습니다. 또 대부분의 난민은 급히 피신하느라 박해의 증거를 챙기지 못하기도 하고, A씨처럼 국가권력이 아닌 가족과 같은 사인에 의해 박해를 겪는 경우엔 물증을 제시하기 힘든 경우도 많아요.😔 성소수자 난민의 난민지위 인정 여부를 판단할 때에 성적 지향과 성별정체성의 은폐 가능성, 과거 박해경험을 일관적인 판단기준으로 삼기보다는 난민의 개별적 · 구체적인 상황을 다각적으로 고려하는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져야 하겠습니다.

더 스위머스 포스터 (출처: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