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물에 잠긴 시리아 난민캠프 (출처: Al Jazeera)

지난 38호에 이어 이번호에서도 튀르키예·시리아 지진으로 인한 피해 상황을 알아보겠습니다. 2023년 4월 11일 기준 튀르키예의 지진 피해 사망자는 50,399명, 부상자는 107,204명이며 시리아🇸🇾 사망자는 7,259명, 부상자는 12,000명 이상으로 추산됩니다. 지난호에서도 살펴보았듯, 튀르키예 내 시리아 난민은 지진 이후 다층적 차별에 노출되어 있는데요. 최근 몇 년 동안 튀르키예가 극심한 경제난을 겪자 튀르키예 정치인들이 그 원인으로 시리아 난민을 지목하며 혐오 정서를 앞장서서 조장해온 결과라고 볼 수 있어요. 극우정당인 승리당(ZP)의 위미트 외즈다으는 지난 1월 튀르키예에서 시리아 난민을 추방하기 위한 ‘다마스쿠스로 가는 버스'라는 이름의 캠페인을 시작했고요. 5월 14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6개 야당의 단일 후보로 나선 공화인민당(CHP)의 대표 케말 클르치다르오을루는 시리아 난민을 자발적으로 본국으로 돌려보내겠다고 약속한 상황이에요.

일련의 위기 속에서 MAP이 후원금을 모금하여 더프라미스, 헬프시리아를 통해 시리아 난민 이재민 구호 활동을 진행했어요. 36호에서 소개하였지요. 현지의 구호단체를 통해 시간이 지나며 튀르키예 정부가 이재민 캠프의 지원을 중단한 가운데, 시리아 난민이 자조모임을 만드는 등 상호부조🧑‍🤝‍🧑를 진행함으로써 피해를 극복하려는 모습이 나타났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튀르키예 내의 시리아 난민들은 돈과 물자를 모아 다른 NGO 사무실을 빌려, 다른 난민들에게 물자를 보급했어요. 시리아 난민활동가들이 시리아인들을 위한 맞춤형 긴급구호 푸드패키지📦를 만들기도 했고요. 재난 속에서 튀르키예 정부에 의해 배제당하고 소외받는 상황에서도 시리아 난민이 서로를 지탱했기에, 현지에 파견된 단체들도 ‘이웃을 돕는 이웃을 돕는’ 접근을 하며 더욱더 효과적으로 구호 활동을 펼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독자님들께 튀르키예 내의 시리아 난민 구호 소식을 전합니다.

✔️시리아 난민들이 필요한 물건을 직접 선택하여 구입할 수 있도록 편의점 및 의류 회사👕와 협의하여 바우처의 방식으로 물품 보급을 진행했어요. 

✔️매트리스, 이불, 베개 등 공통적으로 필요한 물품을 준비할 때에도 난민들과의 논의를 통해 당사자가 품목을 직접 고를 수 있게끔 했어요. 

✔️강제이주의 위험이 있는 시리아 난민에 대해서는 물품 지원이 무의미할 수 있기에 현금 프로그램💰의 형태로 지원했어요. 

✔️튀르키예 시민권을 갖고 도시에 정착하려는 난민에 대해서는 거주 환경이 열악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가전제품 구매 및 배달의 방식으로 지원을 진행했어요. 

✔️시리아 내부로 응급의료물자 지원과 이재민 긴급식량지원을 실시한 한편, 현재까지도 난민 상태로 인한 트라우마에 지진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중첩된 이재민 아동🧒을 위해 심리치료사를 투입함으로써 지원을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한편 시리아로 눈길을 돌려보면,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수많은 과제가 남아있어요. 우선 아사드 정권🪖은 지진 피해의 직격탄을 맞은 지역이자 시리아 반군과 난민이 밀집한 지역인 시리아 북부에 대한 폭격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에요. 지난달 홍수🌧️로 인하여 난민촌이 침수되고 텐트가 파손되는 사건도 있었고, 특히 최근 폭우와 폭풍이 심각해 텐트⛺가 모두 날아가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해요. 튀르키예보다 지원이 부족하여 난방 장치도 안전을 담보하기 힘들기에 화재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고요. 게다가 시리아 내에서 콜레라🦠가 창궐하였고, 부모를 잃은 아동🧒의 트라우마 역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진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마주하고 있는 시리아에 대한 장기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해보여요.

법무부의 불법체류 감축 5개년 계획(’23.~’27.)이 시행 첫 해부터 과잉단속으로 비판받고 있습니다. 연초 법무부가 ‘불법체류 외국인의 감축’ 목적이 국민들의 불안 해소에 있다고 밝히며, 미등록 이주민을 국민의 안전과 대치하는 존재로 상정하여 우려를 샀지요. 우려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최근 법무부는 경찰청 등과 함께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합동단속(3-4월)을 재개하였는데요. 시작부터 ‘토끼몰이식 단속’, ‘마구잡이식 단속’, ‘인간 사냥’이란 지적이 잇따릅니다.

단속 실시 첫 달인 3월에 나타난 사례 몇 가지를 살펴볼게요. 12일 경찰은 예배 중인 대구 이주민 교회⛪에 난입해 ‘위조여권 소지 혐의’로 필리핀 국적의 미등록 이주민 9명을 연행했습니다. 해당 교회는 필리핀 목사가 사역하는 곳으로 대부분 교인이 필리핀 이주노동자였는데요. 경찰은 위조등록증 관련 신고를 받아 단속했으며 필리핀 목사의 허락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교회 측은 이러한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일축했고 현장에서 위조 등록증이 발견되지도 않았습니다. 25일 새벽에는 경찰이 태국 유명가수 암 추띠마의 내한공연이 열린 인천의 한 클럽을 점거해 태국 국적의 미등록 이주민 83명을 체포했습니다. 법무부는 가수가 한국 입국 사유에 ‘콘서트를 열기 위해서’라 기재한 것을 확인하고 검거에 나섰다고 하는데요. 이를 두고 “단속을 이유로 타국의 문화 공연 현장을 망가뜨린 행정”이라 지적이 있습니다. 

정부의 강제단속은 ‘엄정한 체류질서 확립’의 명목으로 지난 수십년간 이어져온 관행인데요. 우리에게 폭력적인 단속∙추방 정책은 이주민 사회에 공포를 조성하고, 무수한 인명 피해를 내며, 유연하고 포용적이지 못한 조치는 체류 안정화에 기여할 수 없다는 교훈을 남겼지요. 그런데 과잉된 단속이 왜 반복되는 것일까요? 미등록 이주민을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단속이 적절한지❓ 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이 남습니다. 단속은 체류와 관련한 잘못된 정책과 구조를 개선하여야 하는 정부의 책임을 미등록 이주민 개개인에게 전가하는 조치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미등록자가 생기게 하는 근본적인 원인에 현행 체류정책의 한계가 있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가령 이주노동자의 경우, 이주노조 우다야 라이 위원장의 말처럼 “강제노동, 사업주에게만 있는 기간 연장 권한, 사업주의 이탈 신고, 짧은 체류기간 등 비자를 잃을 수 있는 허점”으로 인해 미등록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상당합니다. 난민 중에서도 일시보호해제로 풀려났다가 미등록이 되는 경우, 난민신청을 철회하고 신청하는 경우와 같이 사소한 상황에도 비자를 잃게 되는 이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