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Talent Beyond Boundaries

2018년 제주로의 예멘 난민 입국 이후 약 5년이 흐른 시점에서, 지난달 28일 “난민의 국내정착과 보호확대: 제주도 난민 유입 5주년을 돌아보며” 주제로 개최된 <2023년 난민포럼>에 디스플레이스드 취재원들이 다녀왔습니다. 난민 재정착과 다양한 난민수용경로에 대한 평가, 국가보호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과제까지 곱씹어볼 수 있었어요. 여러 주제 중 최근 국제사회에서 조명받는 보충적 유입경로에 대해 톺아보겠습니다.💁🔎

‘보충적 유입경로’라는 용어가 생소하지 않으신가요? ‘보충적’이란 표현 때문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보충적 보호’라는 용어와 헷갈릴 수 있을 텐데요. 두 용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보충적 보호(Complementary protection)’는 본국으로 송환될 경우 심각한 인권 침해의 위험이 있지만 1951년 난민 협약에 따라 '난민' 자격이 없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 인권법에 따라 국가가 갖는 의무를 설명합니다. 고문방지협약(CAT),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규약(ICCPR) 등의 ‘강제송환금지원칙 규정’과 국제관습법이 보호의 근거가 돼요. 한국은 보충적 보호를 위해 인도적 체류 지위를 두고 있습니다.

✅‘보충적 유입경로(Complementary pathways)’는 일정한 사회통합 잠재력이 확인된 난민을 제3국에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재정착(resettlement)을 ‘보충하기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예를 들어 노동에 기반한 보충적 유입경로를 연다면 난민의 기술, 재능, 경험에 따라 제3국에서 고용을 통해 제 3국에 입국 또는 체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요. 이 외에도 지역사회 후원프로그램 또는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어요.

보충적 유입경로는 어떠한 배경에서 탄생했을까요? 전 세계적으로 난민을 비롯한 강제 이주민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자 그 동안 난민 문제의 ‘영구적 해결책’으로 실행되어 온 재정착, 지역사회로의 통합만으로는 충분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불안정한 난민 상황에서 벗어나고, 난민 당사자가 일상적인 삶을 주도할 수 있도록 다른 추가적인 방안이 필요해진 것이에요. 그 해결책의 일환으로 보충적 유입경로가 개발되었습니다. 유엔난민기구와 국제노동기구는 난민보호와 노동이동이 교차할 수 있다며, 난민 상황을 인도주의적 문제로만 축소하는 건 난민이 기술, 잠재력, 관심과 열망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간과하는 것이고, 사회경제적 인권을 보호할 필요성도 간과한 것이라 이야기해요. 이러한 철학에 기반하여 보충적 유입경로는 난민의 사회통합 잠재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난민의 자율성과 자립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보충적 유입경로의 해외사례로 캐나다의 EMPP(Economic Mobility Pathways Project, 경제적 이주 경로 프로젝트)와 TBB(Talent Beyond Boundaries, 경계를 넘은 인재) 모델을 살펴보아요.🔎 두 사례 모두 ‘고용’을 경로로 활용해, 난민이 일하기 위해 다른 국가에 입국하거나 체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난민을 고용한 국가는 난민에게 영구 또는 임시 체류지위를 제공합니다. 캐나다의 EMPP는 주요 직종에서 노동력 부족을 겪는 캐나다 고용주와 숙련된 난민을 연결해주어요. 간호 보조🧑‍⚕️, 기계 및 전기 기술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와 같은 분야의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EMPP 후보자에게는 캐나다에서 안정적인 삶을 다시 꾸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EMPP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TBB에 프로필을 등록해야 합니다. TBB는 난민과 실향민에게 노동이주경로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로, 난민과 고용주를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해요. TBB에 난민이 기술과 교육, 언어구사력, 관련 경험 등을 프로필에 등록하면, 고용주가 프로필을 보고 난민에게 고용을 제안해요. 

한계점에 대한 지적도 있어요.🔎 ① 보충적 경로가 비교적 새로운 방법이라 현실적으로는 많은 난민들이 접근하기 어려워요. 실제로 TBB에 프로필을 등록한 난민 중 극소수만이 해외 취업에 성공해 가족과 함께 이주한다고 합니다. ② 또 TBB는 입국자와 그 가족에게 임시 기술 비자를 제공하는데, 이 경우 의료, 무료 공립 교육, 정착 지원을 받을 수 없어요. 이에 첫 급여를 받을 때까지 재정적인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보충적 유입경로가 재정착을 통해 난민 상태를 종결시키려는 방식에 보충하는 방식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유입경로 개발이 시도되고 경험이 축적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각 경로가 임시방편적으로 이용되지 않고 유입 후 사회통합 방안까지 구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보충적 유입경로에 대해 감이 조금 잡히셨다면! 이제 국내사례와 함께 보충적 유입경로의 도입시 환기해야 하는 사항을 살펴보아요.🙋🏻 보충적 유입경로를 채택한 국내의 사례로는 교육전문 국제구호개발 NPO 기쁨나눔재단이 최근 법무부, 유엔난민기구와 함께 추진 중인 ‘교육을 통한 보충적 수용경로프로그램’이 있어요. 난민유학생이 서강대학교에서 공부하며 한국생활에 원만히 적응하고 학업적인 성취를 이룰 수 있도록 대학 등록금뿐 아니라 주거비, 행정 비용, 의료비 등 각종 영역에서 재정적인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한편 <2023년 난민포럼>에서는 난민유학생 후보자 선정에 있어 여권 · 난민인정 자격 · 한국교육부 인증 가능 학위의 소지, 영어구사를 기준으로 정하여 난민 중 모든 요건을 충족하는 이를 발견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는 술회를 전해들을 수 있었습니다.🧐

보충적 유입경로가 다양한 역량과 배경을 갖춘 난민이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를 늘리고, 난민의 정착과 자립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음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자칫 능력주의(meritocracy)의 관점으로 난민을 바라보고 소위 ‘능력 있는 난민(deserving refugee)’을 선별하는 형태로 전개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해요☝🏾. 존 F. 케네디 시절부터 시작된 능력 위주의 난민 수용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도 행해진 역사가 미국에 실제로 존재하기 때문이에요. 이들은 장기적으로 수용국의 경제를 촉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이민자를 중요시했어요. 그렇다면 나머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재능과 능력의 부족’으로 특정한 기회에 접근조차 못하는 난민, 그 일련의 구조가 정당화될 수 있을까요? 난민과 비난민 이민자 사이에 일종의 회색지대가 생기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같은 맥락에서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유혜림 박사의 의견(2023년 이민정책연구원 난민포럼 발표논문집 136-137페이지 참고)도 주목할 만해요. 간추리면 보충적 유입경로 논의를 전개하는 데에 있어 ① 저개발국에 수용된 대다수의 난민들은 보충적 경로에 적합한 역량을 개발할 여건에 있지 않다는 점, ② 보유역량이 기회의 격차로 이어지면 저개발국 난민사회의 분열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 ③ 보충적 유입경로가 성공적으로 시행되지 못하면 난민이 “국익에 도움이 될 때만 수용가능한 존재”로 오인될 수 있다는 점, ④ 경제적 논리로 접근하기에 난민이 기대되는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수용국에 원만히 적응하지 못할 경우 강도 높은 비난이 가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야한다고 제언합니다. 보충적 유입경로를 채택할 때 난민 인식개선과 통합적 인권보호를 위한 정책적인 고려✍️도 함께 이루어져야겠습니다.

Ms. Najeeba Wazefadost의 방일 기간 중, Welcome Japan이 5월 16일에 ‘뜻깊은 난민 참여’를 주제로 공개 행사를 개최합니다. Ms. Najeeba Wazefadost는 아시아태평양난민네트워크(Asia Pacific Network of Refugees)와 Global Refugee-led network to Japan for the Community of Practice Convening in Tokyo의 창립자입니다.

해당 행사는 ‘뜻깊은 난민 참여’의 최신 개념과 관련하여 일본 국내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노력과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 실질적으로 어떻게 뜻깊은 난민 참여를 이뤄낼 수 있을지 논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일본 국내에서 이 주제로 행사가 열리는 것은 이번 행사가 최초일 것입니다.

날짜 및 시간: 2023년 5월 16일 6:00PM-7:30PM (일본 표준시)

장소: 온라인

주최: Welcome Japan

후원: 아시아태평양난민네트워크 (APNOR), 일본난민포럼 (Forum for Refugees Japan)

식순:

• 소개
• 기조연설 (연설자: Ms. Najeeba Wazefadost)
• 일본 사회적 스타트업 소속 난민들의 발표
• 패널 토론 (주제: “뜻깊은 난민 참여: 오늘날의 세계와 일본”)
• 폐회사

자세한 사항 및 등록 양식은 아래 링크에 있습니다.